RHYTHM OF TIME AND SPACE

'平立 평립 : 규방의 발견’ 展 Sound Artwork

Rhythm in time and space

자연은 리듬 그 자체이다. 리듬(rhythm)이란, ‘흐른다’는 뜻의 동사 ‘rhein’을 어원으로 하는 그리스어 ‘rhythmos’에서 유래한 말이다.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물이 흐르고, 태양에 의해 증발한 물이 구름 또는 바람이 되어 온 세상을 흐른다. 구름은 비가 되어 땅으로 스 며들고, 땅속을 흐르는 물은 다시 새로운 생명을 움트게 한다.
인간 또한 마찬가지로 리듬을 지니고 있다. 지금 이 순간에도 심장은 일정한 규칙, 음악에서의 속도로 표기되기도 하는 심박수(BPM: Beat Per Minute)에 따라 혈액이 공급되어 우리의 몸속을 흐르고, 이에 따라 각자의 리듬에 맞추어 살아간다. 이러한 리듬에 의해 우 리는 밥을 짓고, 집을 짓고, 옷을 지으며, 또는 글을 짓거나 음악을 짓는다.

즉, 우리는 시간과 공간 속에서 우리만의 리듬으로 흐르고, 짓는다.

본 작품은 삼베를 만드는 과정에서, 작가가 음악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두 요소를 ‘시간’과 ‘공간’이라는 두 축을 통해 재구성하였다.
첫째는 예로부터 입으로 전해져 내려오고 노동을 유희로 해소하거나 애환을 풀어내기 위한 구전요, 즉 ‘길쌈 소리’이다. 공인순 여사의 육성으로 보존된 소리들(베매는 소리, 실 끌어올리는 소리, 베틀 소리 등)을 하나의 시간 축으로 구성하였다. 수십 년간 자신만의 리듬 으로 체득됐을 이 소리는 어쩌면 길쌈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.
둘째는 ‘공간과 행위의 리듬’이다. 흔히 자연의 4요소라 불리는 땅, 불, 바람, 물에 의해 삼의 씨앗(점)이 줄기로 자라나고, 줄기가 인간 의 노동으로 실(선)과 삼베(면)로 이어져 옷이라는 하나의 입체적 조형물로 탄생하는 이야기를 ‘자연에 의한 리듬’과 ‘인간에 의한 리듬’ 이라는 두 개의 주제로 공간 축을 구성하였다.
‘자연에 의한 리듬’에서는 씨앗을 뿌리고 비를 맞아 줄기로 자라나는 일련의 과정을 음악으로 구성하였다. 바람에 의해 자연스럽게 흔 들리며 연주되는 숲, 편경, 대금의 소리로 눈에 보이지 않는 자연의 리듬을 전달하고자 한다.
‘인간에 의한 리듬’에서는 삼 줄기를 잘라 삼고, 잇고, 엮고, 다듬는 과정에서 도출되는 행위들을 개념화하여 음악으로 구성하였다. ‘수 백 가지 일을 해야 낳는 것이 삼베여’라는 말이 있듯, 몇 가지의 과정만으로는 전체를 표현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다. 하지만 손과 입, 허벅지를 쉴 새 없이 오가며 서로 다른 세계(줄기)를 하나(실)로 잇고, 씨실과 날실을 엮는 과정을 통해 선이 면이 되며, 시종일관 서로 의 리듬에 반응하며 속도를 조금씩 다르게 연주하는 다듬이질 등을 통해, 삼베를 만드는 과정이 단순한 ‘옷’ 만들기가 아닌 ‘숭고한 아름 다움’에 가깝다고 느꼈다.
이 모든 음악적 고민이 본 전시에 자연스레 스며들어, 공간에 찾아올 이들의 리듬과 같은 속도로 함께 흐르고 지어지길 바란다.

Track

5 Tracks, 14min 14sec

1. Growing Part.I (3:04)
2. Growing Part.II (2:10)
3. Linking (3:15)
4. Weaving (3:05)
5. Beating (2:40)

Composed by Seungsoon Park (a.k.a. RADIOPHONICS)
Supported by Wooran Foundation